길 위에서

동행 - VIII

그나새 2016. 9. 11. 20:20

 

 

 

 

 


해거름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뽀얀 달무리를 닮아가는 꽃 걸음 

 

 

 

 

 

 


이제는 서글피 둥지 틀었던 
외로움에서 놓여나는 걸음걸이 

 

 

 

 

 

 


눈물샘도 메말라 비틀어진 
사무친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하고파 울며 타 오르나이다. 
솟구쳐 불며 타 오르나이다.  

 

 

 

 

 

 


해서 너울너울 어허라 두둥실  
두리둥실 떠올라 놓여나야 할 구진 살이 

 

 

 

 

 

 


길이 아니면 갈 수 없던 걸음
법에 옥죄여 매말랐던 걸음걸이 

 

 

 

 

 

 


석양 샛바람에 몰래 지피울 수 없어
훠이훠이 날려 보내야 했던 꽃바람들 

 

 

 

 

 

 


알뜰이 연명하던 살뜰한 목숨 줄 놓고  
얼기설기 길들여진 인연들을 떨쳐내고 

 

 

 

 

 

 


늘 모색만 하고 나아설 수 없었던 길
온 활개 모두 다해 훨훨 날아가야 갰지 

 

 

 

 

 

 


해거름에 지피운 등대의 눈빛으로
늘 찾아 내고 잦아 들기만 했던 

 

 

 

 

 

 


수평선에 가로막힌 그리움들을 거두고
은하수 맑고 투명한 별빛들을 재우며  

 

 

 

 

 

 


발그레 고운 달무리가 솟아 오르듯  
깊어 짙푸른 주검의 장막을 거둬가야 갰지

 

 


외로움이 사무쳐 깊어지면 
잔잔한 물결에 달빛 너울지는 
깊고 푸른 그리움의 바다가 되고 
층층이 다 다른 마음을 따라 
각기 다른 세상이 엿보이는 
천상에의 계단을 타 오르는가하면
길을 찾는 이에게 길로  
빛을 찾는 이에게 빛으로 
오롯이 피어나는 꽃 걸음이 된다. 
오직 한 사람이 없어 외롭다 
외로움은 
오직 한사람을 얻는 일이요 
그 한사람을 잃는 일이다.
홀로 태어나 마주하였듯이 
주검도 홀로 마지 해 
그대에게로 떠나가는 동행이요. 
한 것 더하는 외로운 걸음이다. 
♣그리움처럼 나는 새♣
사진 : 박 알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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